기다리고 기다리던 승리여서 달콤했고 경기장 분위기도 최고였다.
결과도 완벽했으니 충분히 기쁨을 맛봐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밤이었다.
24일 밤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22일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한국과 이란의 9차전이 열렸다.
손흥민의 선제골 장면이 무겁게 날아온 손흥민의 중거리 슛도 대단했지만 이란 골키퍼 실수가 가세해 운도 따랐다.
독일전 오버랩된 김영권의 골 장면=한국은 전반 추가시간에 넣은 손흥민의 중거리슛과 후반 18분이 지난 러시아월드컵 독일전을 연상케 하는 김영권의 추가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숙적 이란을 꺾고 A조 선두로 올라섰다.
나머지 UAE(29일 밤 10시 45분)까지 승리하면 A조 1위로 최종 예선을 마치게 된다.
현재 한국은 4월 2일 월드컵 조 추첨 3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4080일 만에 승리했고 탈레미와 더 함박시의 결장이 큰 영향을 받아 한국의 경기력은 좋았다.
칭찬할 만한 경기기록을 따져 봐도 한국의 수치가 뛰어나고 득점 기회도 더 많이 창출했다.
그러나 이란의 에이스 알리레 자한바크와 메흐디 탈레미의 결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최전방에 애즈문이 버티고 있지만 두 선수가 이란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 애즈문 이상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후반 애즈문과 아라하르 사이야드 마네시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던 장면을 떠올린다면 그 순간 탈레미와 자한 바쿠시가 같은 순간을 맞았다면 또 이들이 함께 출전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국도 3선 미드필더 백승호를 비롯한 주전 선수들이 코로나와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란의 핵심 에이스들이 자리를 비운 것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은 이로써 2011년 1월 22일 1-0 승리 이후 지긋지긋하던 이란의 무승부의 한을 끊었다.
무려 4080일 만의 승리였다.
지난 11년 2개월 2일 7경기에서 3무 4패로 한 번도 이란을 꺾지 못한 한국은 안방에서 짜릿한 2-0 완승을 거두며 지난 치욕적인 과거를 씻을 수 있었다.
한국은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4연패를 기록했고 이란 감독에게 얻어맞는 등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상대 에이스의 부재 속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홈 6만3천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국은 경기력을 떠나 이번만큼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지난 이란 테헤란 원정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터라 이번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상대 전력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앞으로도 승리를 기약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승리가 자극적이고 달콤했다.
이란을 상대로 한국은 이제 통산 33전 10승 10무 13패를 기록하게 됐다.
2000년 초까지는 한국이 이란을 앞섰던 만큼 앞으로는 연전연승하고 상대 전적도 다시 우위에 서기를 기대한다.
3선미들의 위험을 유연하게 극복한 벤투 감독 에이스 부재로 골 결정력과 크로스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한국은 이번 경기에서 4-1-4-1 포메이션 형태로 뛰며 권창훈-황희창-손흥민의 움직임에 따라 4-3-3과 4-2-3-1 포메이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히트맵에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은 이란보다 모든 수치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움직임도 더 폭넓게 움직였다.
▲양 팀의 공격 지분 비율=공격 지분은 왼쪽과 손흥민의 위치에서 더 많은 움직임을 보였다.
중앙 공격 비율이 낮게 나타난 점은 포메이션 변화와 황인범 김진규 백승호의 결장으로 3선에서 중앙을 관통하는 침투 패스 비율이 낮아진 측면이 영향을 미쳤다.
평소 4-2-3-1 포메이션에서 안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던 이전과는 달리 코로나 부상 결장으로 후방 빌드업이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에서 자칫 중앙패스가 차단됐을 때 이란의 역습을 악용하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벤투 감독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존 포메이션을 고집하지 않았다.
또 예전 카드였던 남태희를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동안 자신만의 고집으로 불통을 유지했던 벤 감독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달리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 직접적인 중앙침투 비율을 줄인 (이란의 수세적 상황도 영향이 있겠지만) 벤투호는 두 측면을 더 활용하는 모습이 강했다.
실제로 황희찬의 돌파가 종종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고 한국의 예리한 모습은 자주 목격됐다.
▲황희찬과 손흥민의 움직임=AFC 자료를 참고해도 황희찬과 손흥민의 움직임이 측면에 집중된 모습이 드러나 손흥민은 공격형 미들 성향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제골을 기록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인 손흥민에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상대 수비수가 앞에 섰을 때의 돌파 능력이다.
손흥민은 빈 공간을 침입하거나 일대일로 마무리하거나 돌파하는 모습은 호날두 메시 같은 월드클래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볼의 움직임이 죽은 상태나 상대 수비수를 개인 돌파로 제쳐야 할 때는 그가 가진 능력이 잘 발현되지 않는다.
단순히 수비수 한 명만 있는데도 그렇다.
항상 손흥민에게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 점만 개선되면 진정한 월드클래스의 위치에 설 인재인데 아쉽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 일컫는 선수들은 수비수 1~2명은 가볍게 개인기나 모션으로 따돌리거나 돌파한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손흥민이 보여주지 못하고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라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권창훈의 움직임이 다시 돌아오고 이날 한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다양한 측면은 권창훈의 쓰임에 있다.
이재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권창훈은 측면과 중앙에서 자신의 임무를 발휘할 수 있는 재능이다.
그래서 황희찬-손흥민이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스위칭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후방 빌드업과 공미 역할까지 모두 활용 가능한 이재성의 존재로 3선미들의 코로나 부상 악재를 쉽게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이란은 한국을 상대로 득점과 다름없는 세 번의 찬스를 날려 자신들의 에이스 부재를 절감하고 자신들의 후방에서 단숨에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와 측면 크로스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한국을 상대로 무득점에 그치고 만 것. 이날 이란은 크로스 성공률이 8.3%에 불과했다.
우리가 14.3%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은 만석의 홈팬 앞에서 강호 이란을 꺾고 홈 20경기 무패를 당했다.
벤투 감독은 18년 9월 코스타리카전 2-0 승리 이후 20경기 동안 한번도 홈에서 패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또 단일 재임기간 28승째(28승10무4패)를 신고해 슈틸리케 전 감독이 갖고 있던 27승을 넘어 역대 최고의 승리를 보유하게 됐다.
(통산 재임 기간을 대상으로 하면 고 함흥철 전 감독이 43승으로 최다승이다.
)
상승세를 타고 있는 뱀뱀이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위는 물론 현재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반면 대세 손흥민은 경기 후에도 여전한 모습을 보였다.
이란의 애즈문과 반갑게 포옹하며 레버쿠젠 후배가 된 애즈문과 친목을 다졌다.
한국은 29일 밤 10시 45분 UA E 두바이에서 열리는 최종전을 끝으로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을 마친다.
글=절차탁마사진/자료=게티이미지/AFC웹사이트/AFC유튜브/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