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질문부터 ‘항공기 객실과 사무장의 지시에 따라 기내를 정리하고 목적지, 비행시간, 항로 및 귀빈 탑승상황 등에 대해 확인한다.
탑승객이 제시하는 좌석표를 확인하고 좌석을 안내하며 인원을 점검한다.
승객 안전 및 비상대비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승객에게 신문, 식사, 면세품 등을 제공한다.
승객의 수하물 운반을 돕고 문의에 응한다.
비상시에는 비상탈출 설비를 가동해 승객의 탈출을 돕는다.
운항에 관한 각종 일지를 작성한다.
- ‘항공기 승무원’, 한국직업사전,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 2016년
티켓을 확인하다.
수하물의 운반을 돕다.
탑승을 안내하다.
비행기가 이륙한다.
때때로 흔들리는 기체 안에서 승객의 크고 작은 요청에 응한다.
동시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비상사태에도 대비한다.
비행기가 착륙하다.
승객을 환송하고 기내를 정돈하다.
이상은 대다수의 여승무원들이 H라인 스커트, 허리라인의 잘록한 셔츠와 재킷, 딱딱한 굽의 구두를 신고 하는 업무다.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는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도 편안한 면바지와 티셔츠가 허용되는 2020년에.
그리고 6월 23일 한 패션매거진 SNS에 같은 재킷과 바지, 운동화를 신은 남녀 항공승무원의 모습이 올라왔다.
영상 속 승무원들은 훈련복을 연상시키는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구명조끼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비상구를 안내했다.
자유로운 팔 움직임과 거칠음은 왜 지금까지 없었느냐고 반문하는 듯했고 대중은 좋아요로, 언론은 우호적인 후속 기사로 화답했다.
창립 5년 만인 올해 첫 취항을 앞두고 디자인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에어로케이항공. 김상보 본부장, 나혜미 마케터에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젠더리스 유니폼 탄생 비화를 물었다.
항공사 출신이 항공업계에 물어보는 승무원 유니폼은 전 직종 유니폼 중 남녀간 차이가 가장 큰 경우 중 하나입니다.
젠더리스 유니폼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 흐름이 항공업계에 적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어로케이에서 유니폼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은 무엇이었던 것입니까.김상보 처음부터 젠더리스로 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첫 번째 질문이면 ‘남녀 성비가 어떻게 됐어?’ 정도가 되겠죠. 사실 스튜어디스 일을 생각해 냈을 때, 남녀의 비중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비중을 ‘5 대 5’로 하면 어떨까 하는 거죠. 유니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작하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주변에 잠시 물어봤어요. 기억나는 남자 유니폼 있어요? 그 생각이 발전해서 젠더리스가 됐죠.
사진제공 : 포스트 디셈버 + 언리얼 스튜디오
사진제공: 포스트 디셈버 + 언리얼 스튜디오 기존 방식을 바꾸고자 할 때 반드시 따라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에 따른 결과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는 거죠. 확실히 개선해야 할 관행도 쉽게 바꿀 수 없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죠.김상보 비항공사 출신, 스타트업, 타깃. 의사결정이 잘 이뤄진 배경으로는 이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1 비항공사 출신의 우선 대표부터 저, 혜미 언니까지 모두 항공사에서 일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비항공사 출신’이네요 기존의 관성이라 할 것이 없었어요.
스타트업 항공사는 아직 몸집이 작아요. 항공기도 겨우 1대고요. 만일 유니폼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었기 때문에 손님이 되지 않더라도 아직 잃을 것이 적습니다.
반면 기존 항공사와 다른 것을 시도하는 새로운 조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대형 항공사의 유니폼에서 색상이나 작은 요소를 바꾸는 데 그친다면 기존 항공사의 서비스 방식까지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바라는 방향이 아니었어요.
세 타깃은 아직 유니폼을 고민하기 전에 창단 당시부터 치열하게 타깃을 논의해 왔습니다.
마일리지를 적립해 공짜 티켓을 얻는 것을 목표로 했던 예전 브랜드 로열티(충성도)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다른조건이비슷하다면본인이추구하는가치에따라소비하는밀레니얼세대에주목했습니다.
우리의 시도에 대해서 “또 젠더야?” 라고 반응하기보다는 그 움직임의 의미를 찾아주신 분들이 우리를 선택해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디자인을 요구하지 않는 디자인 입찰, 그러한 가치를 유니폼으로 구현해 줄 디자이너를 만났을 때 시점으로 가보겠습니다.
작년 5월에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어요. 입찰사에 요청한 사항으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김상보는 기본적으로 RFP(Request for Proposal, 클라이언트가 입찰사에 전달하는 제안요청서)에는 그다지 많은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더해 디자인이 과감했으면 하는 정도였습니다.
파격적인 디자인이어서 힘들지만 결국 함께 작업하게 된 박소현 이재우 디자이너의 디자인 시안 중 어떤 것이 인상적이었나요.김상보의 디자인을 보고 결정한게 아니었어요. 실질적인 의복 디자인 시안은 받지 못했기 때문.
그러면 무엇을 보고 판단했을까요?김상보는 우리가 제시한 가치를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보았습니다.
실질적인 유니폼 디자인에 대해서는 해당 팀의 이전 작업을 보고 레퍼런스를 결정했을 정도죠. 사실 2016 년 경에 유니폼이 갑자기 필요해져서 입찰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디자인 스케치까지 받았어요. 디자인을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우리는 패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드로잉을 봐도 완성됐을 때 어떤 옷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웠고, 취향에 맞는 멋진 스케치를 보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죠. 그래서 디자인 시안은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옷을 함께 만들 수 있는 파트너인지 아닌지와는 거리가 먼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한편, 기존의 항공사가 유니폼을 디자인 할 때는 국내외의 유명 디자이너를 기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아직 비행기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항공사라서 유명한 디자이너를 모실 환경이 아닙니다.
기존 항공사 유니폼이 가진 문법을 따를 생각도 없었어요.
각기 다른 ‘조합’ 디자인 팀을 선정하여 입찰을 요청했는데요. 예를 들어 디자이너 출신 디렉터와 디자이너 조합,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 조합, 순수 디자이너만으로 구성된 조합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조합의 디자인 팀에게 철학을 제시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보았습니다.
그 결과 이제우-박서현 디자이너와 함께 하게 됐죠.
Interview | 박소현 디자이너 영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 2010년부터 비스포크 방식의 패션 브랜드 포스트 디셈버 POST DECEMBER를 전개하고 있다.
사진제공 : 포스트 디셈버 Q. 디자인 입찰에 참여하게 된 작년 늦봄 이재우 디렉터가 항공사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 왔습니다.
항공사의 유니폼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우선 ‘재밌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공사의 유니폼은 승무원부터 기장, 정비사의 의복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패션 디자이너가 만들 수 있는 워크웨어의 정점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Q. 실제 의복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 Square(사각형), Strap(스트랩), Safety(안전), Function(기능)입니다.
에어로케이 항공 유니폼 디자인은 로고에서 출발했습니다.
‘Korea’를 거꾸로 쓴 ‘에어로케이’라는 이름, 상황에 맞게 형태를 바꾸는 사각형, 노란색과 남색의 대비가 그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이 요소들을 확장해 재미있고 기능적인 유니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Q: 디자인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 항공사 특유의 기술적 조건도 까다로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동시에 진도를 맞춰나가야 했습니다.
업계의 관성에서 벗어나 다수의 공감을 얻기도 어려웠어요. 에어로케이 자체가 수평적인 사내 문화가 형성돼 있어 자유로운 의견이 많이 나왔거든요. 물론 중심에서 균형을 잡아주셔서 현재의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참가자 여러분이 하나의 새로운 관습을 시도하면서 업계의 관습을 얻게 되었고, 하나의 새로운 관습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항공사 측의 의지로 현재 디자인이 세상에 나온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립니다.
Q. 완성된 유니폼 중 가장 까다로웠던 디테일이라면 역시 스튜어디스의 크롭자켓 디테일과 소재선정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종 디자인 단계에서 크롭 재킷의 실루엣이 정해졌고, 그 안의 디테일과 소재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비슷한 디자인을 조금씩 바꿔가며 정말 많이 만들었습니다.
가봉과 소재 시뮬레이션을 포함하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조합을 해 보았습니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Project Info
클라이언트|에어로케이 기획총괄 김상보 마케팅본부장·CMO 홍보 나혜미 영업마케팅본부 매니저
의상 디자인 박소현, 이재우
글 | 디자인프레스 유미진 기자([email protected])
당연한 질문으로 티켓을 확인하다.
수하물의 운반을 돕다.
탑승을 안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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